gmf

2.
2007년, 음악인 이한철과 김민규(델리스파이스)등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문화 공동체 '민트페이퍼'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이라는 새로운 음악 축제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윽고 가을날의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많은 국내외 뮤지션(많은 국내 뮤지션+소수의 외국 뮤지션)들의 공연들과 함께 양일간에 걸쳐 열린 GMF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음악 축제를 제안하며 이후 2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응을 얻어 음악 팬들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3.
그런데 GMF는 기존의 주류 음악 축제인 락 페스티벌과는 같은 점 보다는 다른 점이 많다. 아니, 오히려 평행선에 더 가까운데 그렇다고 그것들과 GMF가 대립 구도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차이점은 특기할만 하다. 어느 한쪽이 낫거나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GMF는 락 페스티벌에 대한 반발 심리가 만들어낸 축제이다. 민트페이퍼의 홈페이지에서는 이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왜 음악 페스티벌은 모두 시끌벅적 해야만 할까?'


그렇기 때문에 GMF는 2박 3일의 일정에서 '2박'이 없다. 3일권 티켓을 끊어도 그날 공연이 끝나면 집에 가서 자야 한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에 다시 출근한다. 도심에서 열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스탠딩 보다는 착석(Sitting)을 지향한다. 심지어는 누워서 공연을 관람하는 양태까지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슬램(Slam)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한다면 무대 앞으로 나가 떼창을 해도 상관없다. 놀고 싶은 사람은 계속 놀고, 놀다 지친 사람은 쉬었다 놀면 된다. 관객으로서는 즐겁다.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한가지 더 늘어난 셈이다.
이전까지 음악 축제의 소비 패턴과 수요는 락, 그리고 남성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GMF는 주 소비층을 여성으로 잡고 '피크닉 같은 음악 축제', '도시의 세련됨과 청량한 여유'와 같은 광고 문구로 젊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뜨거운 열정이나 이념의 자리는 말랑말랑한 팬덤이 차지했다.


여성과 가족 등 기존 음악 축제에서 소외되어온 수요를 대상으로 삼은 결과는 상업적 성공이었다. 하지만 '상업적'이라는 말은 결코 비난이 될 수 없다. 특히나 한국 같이 음악을 누리는 것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 무시되는 나라에서는 말이다. 이처럼 GMF는 음반시장 침체라는 악조건을 이겨내기 위한 뮤지션들 스스로의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4.
GMF는 기업과 기관의 대규모 후원이 없이 뮤지션들과 관객에 의해 만들어지는 축제다. GMF가 열리는 장소가 서울 한복판의 공원이라는 점은 그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부분의 문화 축제는 지방을 그 연고지로 한다. 지역 흥보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투자를 원하는 주최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GMF는 참여하는 뮤지션들이 곧 투자자이고 관객들이 후원자다. 연고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도희적인 컨셉트를 잡을 수 있고 이것은 다시 관객층의 확대와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환원된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 공원을 행사장으로 잡은 것은 적절한 부지 선정이다. 도시속의 공원이라는 점이 일상의 탈출이라는 이미지를 불러내고, 서울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접근 또한 용이하기 때문이다.


1.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인천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서서히 밝혀지는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은 그들의 잠을 쫒아내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스트록스(THE STROKES)와 플라시보(Placebo)가 한국에 온다고? 하지만 물 건너온 고수는 그들만이 아니었다. 블랙 아이드 피즈(Black Eyed Peas),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 등 '과연 생전에 한국에서 이들을 볼 수 있을까?' 싶었던 뮤지션들이 하나 둘 비행기를 타고 인천 해안가에 상륙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라인업을 등에 업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2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좋은 선례를 남겼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적자가 났고, 운영과 편의시설 등 많은 부분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지만 펜타포트가 남긴 성과는 컸다. 2박 3일의 일정 동안 참가자들은 동시대의 세계 음악인들과 같은 감성의 코드를 공유할 수 있었다. 퇴물 로커들이나 찾는 음악적 변방에서 세계 음악의 흐름을 직접 느끼고 소통하는 주류로 격상된 것이다. 그것이 2006년의 여름이었다.


-1.
이제 2006년은 지났고, 어느새 기축년의 해가 밝았다. 펜타포트가 외국물에 목말라 있던 우리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는 풀어주었고 이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후발 주자들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음악 축제의 지평도 한결 넓어졌으니 관객들은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기면 될 일이다.
그러니까, 굳이 비유를 하자면 펜타포트는 전국구다. 레코딩으로만 접하던 해외 뮤지션들의 떼거리 내한공연을 접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그렇다면 GMF는 지역구다. 공연장에서, 혹은 TV로 라디오로 접하던 익숙한 뮤지션들과 같이 소풍이나 한번 가 볼 수 있는 기회다. 어느 쪽이든 나름의 매력이 있다.
숨가쁘게 흘러가는 하루 하루를 보내며 현대인들은 모두 탈출을 꿈꾼다. 과격한 일탈보다는 작은 휴식을 꿈꾼다면, 조금 덜 넘치는 열정과 슬램 불가의 체력을 지닌 운동 부족의 당신이라면 가을날의 여유로운 소풍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을 추천한다.
어쨌든, 2009년에도 축제는 필요하니까 말이다.

by 센다군 | 2009/02/05 23:58 | 트랙백 | 덧글(1)
이사갑니다
티스토리로.


http://sendagun.tistory.com



혹시라도 이 글을 볼 당신을 위해
by 센다군 | 2006/11/13 21:29 | 트랙백 | 덧글(0)
굴곡
서사란 언제나 파국으로 수렴되는 법이다
by 센다군 | 2006/11/12 00:25 | 트랙백 | 덧글(0)
<< 이전 다음 >>



최근 등록된 트랙백
rss

skin by Ho요요